본문 바로가기

내 일 야그(My job story)

은행+증권 원스톱서비스...금융복합점포가 뜬다(조선일보)

 

금융위 규제 완화로 활성화… 고객 재테크 상담 쉬워지고 금융사는 점포 유지비 절감
3억원 이상 資産家 대상서 일반인으로 서비스 확대 중

"신한은행의 새로운 연금저축 상품이 뭐가 있나요? 신한금융투자는 내년에 어떤 증권 상품을 추천하실 수 있나요?"

지난 19일 서울 양천구 신한은행 PWM목동센터를 찾은 주부 박모(55)씨는 한 시간 동안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PB들과 연금저축과 세계경제 전망과 투자 상품에 대해 공동 상담을 받았다. 이 센터는 신한은행 지점이 있던 자리에 신한금융투자가 같이 입점한 이른바 복합 점포(Branch in Branch)다. 박씨는 "은행과 증권 전문가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1주일에 2~3번 찾고 있다"고 말했다.

복합 점포 내년 100여개 확대

복합 점포는 은행 업무는 은행 지점에서, 증권 서비스는 증권사 지점을 찾아가야만 했던 기존의 금융 거래 관행을 바꾸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지난 10월 은행·증권 등 금융사끼리 한 복합 점포에서도 사무실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공동 상품 판매와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고객 정보를 공유하도록 규제가 완화되면서 복합 점포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현재 KB·신한·하나·농협·KDB금융지주·기업·부산은행 등 7곳의 금융사들이 61개의 복합 점포를 두고 있지만, 내년엔 35개를 더 늘려 전국의 복합 점포 수가 100여곳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영업 중인 복합 점포들은 자산 3억원 이상 등 고액 자산가들만 이용이 가능하지만, 내년부터는 하나은행 등이 일반 고객을 위한 복합 점포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9일 오후 복합 점포인 서울 신한은행 PWM목동센터점에서 주부 박모(가운데)씨가 한자리에서 은행과 증권사 직원을 만나 공동 상담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복합 점포인 서울 신한은행 PWM목동센터점에서 주부 박모(가운데)씨가 한자리에서 은행과 증권사 직원을 만나 공동 상담을 받고 있다. /이신영 기자

복합 점포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급격하게 줄어드는 금융사 지점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은행 부행장은 "서울 강남에서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지점 한 곳을 운영하는데 임대료만 10억원이 넘는다"면서 "3개 지점을 폐쇄하고 복합 점포로 만들 경우 30억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여러 금융사의 다양한 상품을 파는 교차 판매(cross selling)가 늘어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일반 은행 지점에선 고객 1인당 예·적금·카드 등 3개 상품에 가입한다. 그러나 KB·신한·하나 등 복합 점포를 둔 곳은 1인당 평균 가입 상품 수가 5개가 넘는다. 김효동 KB금융지주 팀장은 "똑같은 펀드·채권 상품도 은행 지점보다 복합 점포의 가입률이 높다"면서 "은행 직원에다 증권사 전문가들이 설명까지 곁들여서 들을 수 있으니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복합 점포 더 진화할까

복합 점포는 기본적으로 같은 금융그룹 소속 은행과 증권사 간의 결합이지만 진화가 가능하다. 우선 2단계로 은행과 저축은행·캐피털·자산운용사 등이 결합하는 것이다. B금융지주의 한 임원은 "1단계로 은행·증권을 한 점포로 묶은 것은 소비자군이 주로 고액 자산가라 가입을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비슷하기 때문"이라며 "저축은행·캐피털 등 제2금융권 소비자를 대상으로 복합 점포를 만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점포와 복합 점포의 차이 비교 표

금융권에서는 이런 진화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같은 금융그룹 소속이더라도 은행(원금 보장 중시)과 증권사(고위험 투자 중시)의 문화가 달라 시너지를 내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기 때문이다. 3단계 진화는 지금처럼 같은 금융그룹 계열사들로 복합 점포를 구성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금융그룹 계열사 간에도 결합하는 단계다. 금융위원회가 소속이 다른 금융사 간 제휴와 복합 점포 구성을 허용하고 있지만, 아직은 신청이 없는 상황이다.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의 복합 점포는 한 지붕의 식구 실적을 올리기 위해 별로 좋지도 않은 계열사 상품을 쉽게 권할 수 있다"며 "소속이 다른 금융사들이 복합 점포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2014.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