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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 야그(My job story)

[S-레터]보릿고개 증권사, 떨고 있는 애널리스트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2070510284559804&outlink=1

 

 

 
A증권사에 새로 부임한 CEO(최고경영자)가 이른 아침 리서치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영업환경이 최악이어서 격려차 들른 것이라고 판단한 애널리스트들은 청천벽력 같은 얘길 들었습니다. CEO가 느닷없이 올해 애널리스트 인센티브를 50% 삭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연봉은 기본급 50%와 인센티브 50%로 구성됐습니다. 인센티브 삭감은 사실상 연봉 감축인 셈입니다. 불과 수 개월 전 연봉협상을 끝낸 이들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계약위반이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A증권사뿐 아니라 최근 CEO가 교체된 다른 증권사 역시 비용절감 차원에서 애널리스트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증권사들이 불황 타개를 위해 가장 먼저 애널리스트를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높은 연봉 때문입니다. 리서치센터는 영업부서는 아니지만 본사 또는 지점들이 기업이나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데 중요한 지원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업종이나 기업 분석을 통해 주식 매매 유치에 기여하는 한편 직접 탐방하고 커버하는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나서면 이를 자사 법인 영업부와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스타 애널리스트들은 증권사 인지도를 높여줍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애널리스트 연봉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실제 스타 애널리스트 연봉은 수 억원에 달하고 일반 애널리스트도 1억원 이상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다수 배출하는 등 최고 성과를 기록한 B증권사는 올해 애널리스트들에게 50%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고연봉은 증권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때면 애널리스트부터 손을 대는 이유가 됩니다.

증권사들이 애널리스트 연봉 삭감에 앞서 과거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으로 이들의 몸값을 기형적으로 올려놓은 점은 되짚어봐야 합니다. 주식시장이 조금만 나아지는 듯싶으면 몸값을 2~3배 부풀려 애널리스트 모시기에 나섰다가 상황이 거꾸로 바뀌면 연봉을 다시 삭감하니 대부분 애널리스트에게 하여금 '한철 장사'에 매달리게 한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애널리스트의 고액연봉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 겁니다. 애초 능력에 따라 합당한 수준의 연봉을 책정했더라면 경기둔화 때 칼을 대 사기를 꺾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증권업계의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들이 불황 앞에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게 요즘 분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