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일 야그(My job story)

[마켓레이더] 한국증시 리레이팅의 조건

 

http://news.mk.co.kr/v3/view.php?year=2010&no=679733

기사입력 2010.12.08 17:01:28 | 최종수정 2010.12.09 09:10:31   

`주식시장은 많이 올랐는데 도대체 먹은 게 없다.`

요즘 쉽게 들을 수 있는 주식투자자 넋두리다. 코스피가 12월 들어서만 60포인트 정도 올랐지만 오른 주식보다 내린 주식이 더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를 잇달아 경신하는 등 대형주가 시장을 견인함에 따라 중소형주 투자비중이 높은 개인투자자로서는 소외감이 더 크다.

이런 시점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나 새로 매수할 종목을 최근 주식시장 특징이 아닌 2011년이라는 좀 긴 안목으로 분석ㆍ평가하고 재편해 보는 것이 좋다.

내년 주식시장이 대부분 전문가들이 예측하듯이 20~30% 상승여력이 있다면 그것은 재평가(Re-rating)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올해까지 2년간은 기업 이익 정상화와 유동성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면 내년에는 이익모멘텀이 둔화함에 따라 리레이팅이 주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리레이팅은 디스카운트 요인이 줄어들거나 프리미엄 요인이 늘어날 때 가능한데 이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리레이팅 조건은 기업 이익의 안정성이다. 2005년 이후 한국 기업 이익증가율 변동성이 축소되기 시작했고 이것은 중요한 리레이팅 동인이 되어 2004년 7배였던 주가순이익비율(PER)이 2006년 10배 수준까지 상승했다. 국가 간 비교에서도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인도는 10배 중반에 이르는 높은 PER를 유지하는 반면 러시아는 주요국 중 가장 낮은 PER에 머물러 있다. 조금만 들여다봐도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는데 인도 기업은 러시아 기업들보다 업종포트폴리오가 좋고 내수 의존도도 높아 대외 악재에 덜 민감해 이익변동성이 작은 편이다.

또 다른 리레이팅 조건은 당장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할인율에 영향을 주는 할인요소들이다. 한국에서는 남북 간 긴장에 따른 컨트리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컨트리 리스크는 당장 할인요소일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기업 이익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럼 유동성과 경기사이클도 리레이팅 조건인가? 유동성과 경기사이클은 주가모멘텀은 될 수 있어도 리레이팅 동인은 아니다. 경기에 민감하면 시장의 베타를 키워 오히려 할인율을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 수익성과 이익 안정성이 좋아짐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은 점차 선진국을 닮아가고 있다. 주식시장의 선진국화는 디스카운트 요인을 줄여 리레이팅을 위한 토대가 마련된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미 완료해 추가 투자 부담 없이 돈을 잘 벌 수 있는 기업과 벌어들인 돈을 채권자가 아닌 주주 몫으로 더 많이 돌릴 수 있는 기업 등이 한국 주식시장 리레이팅의 선봉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업에 주목하자.

[임진균 IBK투자증권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