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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 야그

바이오株 투자 홈런..선구안보다 타이밍 중요

당연한 상식이 당연하지 않은 상식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암환자는 고기를 먹으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고혈압환자와 소금은 상극으로 알고 있다. 염도는 혈압과 큰 상관이 없다는 보고서가 나온 걸 보니 다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혈액형에 대한 상식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깨어진다. 오래 알고 지내온 모임에서 혈액형 얘기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모임에 참석한 10명 중 6명이나 같은 혈액형이었는데 그들 성격에서 공통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바이오산업에서도 누구나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몇 가지 상식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바이오벤처기업은 성공확률이 낮아 쉽게 망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필자는 지난 십수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도 한국에서는 바이오기업이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필자는 2014년 봄까지 20년 넘게 제약/바이오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일해왔다. 한국에는 애널리스트라는 말 조차 생소했고 바이오기업도 전무하다시피한 90년대 초 경영학 전공자로서 제약산업 분석을 담당하게 됐다.

걱정이 많았던 만큼 기대도 컸다. 시가총액 1% 남짓이었던 제약회사 주가는 이미 그 시절부터 기본적 가치보다는 재료와 수급에 더 크게 좌우됐다. 소위 ‘테마주’ 성격이 강했다. 동신제약의 인슐린 패치제와 부광약품의 위장장애 개선 진통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들 제약사의 주가가 롤러코스트를 탄 90년대 중반이 1차 바이오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당시 웬만한 제약사는 항암제 등 신약 한두개씩 개발한다고 했고 그 재료로 시장대비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그 후 2000년 전후 IT버블기와 2000년대 중반 황우석 사태 직전 등 4~5년 간격으로 바이오붐이 있었다.

바이오니아 마크로젠 제넥신 등 이른바 1세대 바이오벤처가 설립되었던 90년대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태동기다. 2000년대 초 펩트론 툴젠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막 첫발을 내딛는 14개 바이오기업을 입주시킨 대덕바이오커뮤니티(인바이오넷 소유)는 국내 최초의 바이오클러스터라 할 수 있다.

그 당시 대덕바이오커뮤니티를 자주 방문했는데 내 눈에는 입주 바이오기업들이 그렇게 어설프고 여리게 보일 수가 없었다. ‘얼마나 성공할까?”보다는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가 더 관심거리였다.

십수년이 지난 2015년 경 내 우려가 기우였음을 실감했다. 가장 강력한 바이오붐을 거치면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때 그 기업들이 돈 한번 제대로 벌어 보지도 못했음에도 거의 다 살아남아 하나 둘씩 주식시장에 입성한 것이다. 적어도 한국에서 바이오기업은 성공하기 어려운 만큼 망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좀 더 일찍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럼 한국에서는 바이오기업이 왜 잘 망하지 않을까?

첫째 바이오기업은 연구개발전문기업으로 제조업과 달리 초기에는 생산시설투자나 운전자본이 필요 없다. 담보가 없어 돈을 빌릴 수도 없기 때문에 부도가 나지 않는다. 둘째 개발기간이 길고 개발성과를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대안을 찾을 시간을 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주기적으로 찾아온 바이오붐이 바이오기업이 망하는 것을 막아준 일등공신이었다. 근근이 버텨오던 바이오기업도 바이오붐에서는 어렵지 않게 자금수혈을 받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었다.

사상 초유의 바이오붐을 경험한 지 2년여가 지났다. 지금은 바이오주가 중소형주 부진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고점대비 대략 2/3는 반납했고 반쪽이면 선방이다. 한국에서는 바이오기업이 잘 망하지 않고 그 수준도 많이 높아진데다 주기적으로 바이오붐이 한번씩 찾아온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 서서히 바이오주에 대한 관심을 키워 볼 만하다. 한국에서 바이오주 투자로 홈런을 치려면 선구안(밸류에이션)도 필요하지만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

바이오株 투자 홈런..선구안보다 타이밍 중요

[머니디렉터]임진균 IBK투자증권 고객상품센터장

머니투데이 임진균 IBK투자증권 고객상품센터장(상무) |입력 : 2017.02.09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