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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야그(Healthy story)

헬스케어산업 빅뱅(2) 한국식 투자론 안된다 (매일경제)

 

`61조원(노바티스) vs 7조6580억원(국내 20대 제약사 매출 합계).`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 지난해 매출액은 약 61조원(약 579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1년 동안 쏟아부은 연구개발(R&D) 투자액만도 10조4445억원(매출액 대비 17%)이었다. 반면 지난해 국내 상위 20대 제약사 매출을 모두 합쳐도 7조6580억원에 불과했다. 노바티스 연구개발비에도 훨씬 못 미치는 액수다. 노바티스는 벤처기업으로 출발했지만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 성공하면서 세계 1~2위 제약사로 성장했다. 신약 개발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사례다.

그러나 신약 개발은 많은 자금과 시간이 소요된다. 먼저 신약 후보물질을 뽑아내 최종 임상까지 마치려면 길게는 15년이 걸린다. 비용도 수천억 원에서 1조원까지 투입해야 한다. 성공률은 1%도 되지 않는다. 금광 개발(10%)이나 유전 개발(5%)보다도 성공할 확률이 더 낮다.

매출과 R&D 규모가 커야 신약 개발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 수 있지만 국내 제약사는 `규모의 경제`에서 절대 열세다.

일양약품은 3년여 동안 노력한 끝에 최근 영ㆍ유아에게 폐렴을 일으키는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하기로 결정했다.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는 "동물 실험을 통해 효과가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추가 임상을 하기에 자금 여력이 없어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 의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금액이 너무 적고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를 너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신약 개발 R&D는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무려 9개 부ㆍ청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보면 6개 부ㆍ청이 20개 사업, 868개 과제에 2426억원을 투입했다. 과제당 약 2억8000만원이 투자된 셈이다. 연구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신종플루 위험이 커지면서 미국은 2009년 백신 연구개발 하나에만 10억달러(약 1조원)를 지원했고, 일본도 2011년에 1000억엔(당시 환율 기준 약 1조400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원했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병원은 2009년부터 본관과 대한의원 사이에 지하 6층 규모 첨단 외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건립 구상을 한 지 5년이 지났지만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해마다 유보돼 왔다.

서울대병원은 2010년부터 의료(진료) 이익이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적자 규모는 2010년 2억원, 2011년 258억원, 2012년 480억원, 지난해 약 621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도 지난해 진료손해액이 1000억원대에 달한다. 서울대 부산대 등 국립대 병원 10곳은 모두 의료수익 증가율이 떨어지면서 적자 운영을 했다. 중소 병원은 더 힘들다. 병상 300개 미만인 중견 병원 의료 수익은 대학병원이 209라면 162.3이다.

이런 상황에서 R&D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국내 의료기관의 뿌리인 의원도 고사 직전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폐업한 의원은 모두 1536개로 하루 평균 4.2개꼴로 문을 닫았다. 개업 대비 폐업 비율(폐업률)이 83.9%로 2011년(81.9%)과 2012년(89.2%)에 이어 3년 연속 80%를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의료시장을 키우려면 병원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MD앤더슨, 존스홉킨스 등과 같은 `한국판 일류 병원`을 만들어야 한국 의료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병원 서비스업은 일반적으로 전체 의료시장에서 75%를 차지하지만 국내 병원은 저수가에 묶여 있다.

수가는 진료원가 대비 80%에도 못 미쳐 병원 성장을 옭아매고 있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은 "병원 경영 정상화와 한국 의료 수출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려면 의료수가 현실화와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 쉬운 자본 조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병원계가 의료산업 육성이 결국 국민에게 이익을 가져온다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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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조원(노바티스) vs 7조6580억원(국내 20대 제약사 매출 합계).`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박기효 기자 / 이새봄 기자]

 

국내 제약업계는 몸집을 키우고 핵심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인수ㆍ합병(M&A)에서도 글로벌 추세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 사이에는 단순한 `몸집 불리기`나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넘어 약한 사업부문은 쳐 내고, 강한 사업부는 다른 회사로부터 가져오는 `체질 개선형 M&A`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세계 2위 제약사 노바티스와 6위 제약사인 GSK가 각각 항암제와 백신 사업부를 서로 맞바꾼 것이 그 사례이다.

세계 7위 제약사인 미국 머크(MSD)는 일반의약품 등 소비재 사업부문을 떼어내 아스피린 개발로 잘 알려진 바이엘에 약 142억달러(14조6189억원)에 매각했다. 바이엘은 순위로만 놓고 봤을 때는 머크보다 한 계단 아래인 세계 8위(매출 259억달러) 기업이다. MSD 입장에서는 이번 M&A로 인해 자칫하면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일반의약품 분야를 떼어내고 사업 재편을 통해 전문의약품과 백신 등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M&A 전략은 그저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태평약제약 등 M&A가 이뤄지고 있지만 경영난에 처한 제약사를 인수해 영업력을 키우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소업체들의 경우는 영업환경 자체가 점차 안 좋아지기 때문에 매물로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M&A가 성사된다고 해도 시너지가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새봄 기자] 

 

삼성·LG·한화그룹도 바이오 뛰어들었지만

기존 아스피린 등 합성의약품 시장에서 뒤진 한국으로선 바이오 시장 진출이 의약품 시장을 뒤집을 절호의 기회다. 바이오 의약품은 내년부터 신약의 특허 보호기간(20년)이 끝나는 약들이 줄줄이 대기하면서 거대 시장이 열린다. 내년에만 유럽에서 특허가 만료되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는 전 세계 매출액이 75억달러(약 7조9125억원), 암젠의 `엔브렐`은 84억달러(약 8조8620억원)에 달한다.

바이오 의약품은 대량 생산시설이 필요한 장치산업이고 생산공정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자동차ㆍ정유 등 제조업에서 성공을 거둔 우리의 경험을 살리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돈과 시간 투자 없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게 바이오 의약품 분야다. 신약으로 성공할 확률이 낮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 산업은 생산라인을 갖추는 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다행히 현재 삼성, LG, 한화 등 국내 대기업들이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 관심을 갖고 뛰어들었다. 그러나 아직은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투자 효과를 기다릴 수 있는 대기업조차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신성장 사업에 바이오 산업을 선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104억원대 바이오 의약품 관련 기술 자산을 넘겨받았다.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는 내년 8월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서 3만ℓ 규모 1공장을 가동 중이며 2015년에는 추가로 15만ℓ 규모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외형적으로는 삼성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는 스위스 론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등과 함께 세계 3대 CMO(위탁제조판매업)로 도약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제약사 BMS, 스위스 로슈와 장기 생산계약을 맺었다. 한 중견 제약사 대표는 "삼성 같은 대기업은 바이오시밀러 같은 복제약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에도 뛰어들어야 산업이 사는 것 아니냐"고 털어놓았다. 그는 "국내 제약사들은 오랜 기간 투자를 해 신약을 개발해도 마케팅력이나 해외로 진출하기 위한 임상 비용 부담의 한계로 약을 키우지 못한다"며 "하지만 대기업이 작정하고 제약산업에 뛰어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생명과학은 지난해 총매출의 20% 정도인 75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고 올해는 8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조 단위가 들어가야 하는 바이오 산업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반도체ㆍ스마트폰처럼 단기적 투자와 그에 따른 성과가 나오는 산업의 잣대를 제약산업에 적용하면 안 될 것"이라며 "대기업이 생각과 투자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장밋빛 전망으로 제약산업에 들어왔다가 하나둘 발을 빼고 있는 사례도 많다.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오랜 기간 실질적인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부를 쳐내며 제약업체에서 손을 털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자회사인 드림파마를 시장에 내놨다.

[이새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