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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금융상품 야그

"연금펀드를 잡아라"…운용업 빅4 TDF시장 두고 한판승부....이데일리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공모 주식형펀드의 자금 이탈이 계속되면서 새 먹거리 마련이 시급해진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연금펀드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대안으로 떠오른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를 둘러싼 운용업계 빅4 간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TDF는 투자자들의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을 알아서 배분해주는 연금상품이다.

◇대형사 TDF 잇딴 출시에 미래에셋 리뉴얼 `승부수`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존에 출시한 ‘미래에셋자산배분형TDF 2030년·2040년 펀드’를 리뉴얼하면서 2025년, 2035년, 2045년 등 3개 펀드를 추가로 출시했다. 미래에셋운용은 국내에서 TDF라는 용어가 생소하던 지난 2011년 은퇴 시점에 따라 2020년에서 2040년까지 5년 단위로 나눈 연금상품으로 지금의 TDF와 비슷한 개념의 미래에셋평생월급만들기펀드를 내놓은 바 있다. 그간 별다른 마케팅을 펼치지 않은 탓에 규모가 매우 미미했으나 얼마 전 시리즈명을 변경하고 이번에는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TDF 시장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경쟁사들의 최근 행보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삼성운용은 지난해 4월 미국 캐피털그룹과 손잡고 7개 상품으로 구성된 ‘삼성한국형TDF’ 시리즈를 출시해 운용사 간 TDF 경쟁에 불을 댕겼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덕분에 지난달 출시 10개월 만에 수탁고 7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들어선 한투운용의 기세가 매우 거세다. TDF 운용규모만 145조원에 달하는 미국 TDF 전문 운용사 티 로 프라이스와 협력해 지난달 말 ‘한국투자TDF알아서펀드’ 시리즈를 내놓으며 TDF 시장에 뛰어들었다. 평소 외부 행사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이 펀드 출시 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는가 하면 가장 처음 펀드에 가입하면서 힘을 실어주는 등 전사적으로 TDF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다른 대형사인 KB자산운용 역시 TDF 출시를 위해 글로벌 1위 TDF 운용사인 뱅가드와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고 상반기 내 상품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한투, 美운용사와 제휴…미래에셋 독자화 맞불

연금상품으로서의 성격은 비슷하지만 각사마다 특성은 다르다. 미래에셋운용은 해외 운용사와 협력해 펀드 상품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타사와는 달리 자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운용한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TDF의 일반적인 형태인 자산분형 외에 앞으로 ‘기본수익’과 ‘절대수익’, ‘멀티인컴’, ‘자본수익’ 등 4가지 전략을 활용한 전략배분형을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삼성과 한투운용은 TDF시장이 선진화된 미국 운용사들과 손잡고 그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활용하는 것은 동일하나 파트너 선정과 운용방식에 있어선 차이점이 있다. 삼성운용은 파트너인 캐피털그룹이 운용과 판매를 함께 하는 다른 미국 TDF 운용사와 달리 운용에만 집중하면서 연 6%대의 꾸준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투운용은 티 로 프라이스의 검증된 운용능력에 더해 펀드 포트폴리오에 한국물을 최대 30%까지 편입하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반영하기 위해선 국내 주식이나 우량채 같은 한국물을 펀드에 편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TDF는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미국에선 이미 2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1000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금투업계는 국내 역시 은퇴 연령 대비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TDF 시장의 성장세 역시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기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상품에 대한 성과가 운용사 경쟁력의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며 “TDF는 장기 투자상품의 대표격으로 이를 둘러싼 운용사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17.03.05 12:19 | 김기훈 기자  core8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