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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부양(Self-supporting) 야그

설문으로 보는 50대 자화상 | “내 삶은 59점…20대 돌아가면 공부할터”...매경이코노미


살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 ‘원만한 인간관계’ ‘배우자와의 삶’ ‘자식농사’

은퇴 후 생활비 월 200만~300만원 필요해…노후 계획 ‘귀농·귀촌·재취업’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다.’ (철학자 데카르트)

‘우리 인생은 B(Birth·탄생)에서 시작해 D(Death·죽음)로 끝나지만 중간에 중요한 C(Choice·선택)가 있다.’ (철학자 사르트르)

저명한 철학자들은 ‘인생이란 선택의 결과물’이라 했다. 그중에서도 50대의 선택은 어떤 세대보다 중요하다. 50대가 되면 자신을 둘러싼 여러 환경이 한꺼번에 바뀌기 때문이다. 본인의 선택 하나하나에 따라 앞으로 50년의 삶이 결정될 수도 있다.

대부분 50대는 그동안 버티고 버텼던 직장을 박차고 나와 새출발을 한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어쩌면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50대는 현실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면서도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고 설계해야 하는 시기다. 혹자는 말한다. 100세 시대를 맞아 50대는 이제 겨우 삶의 긴 여정 중 절반만 왔을 뿐이라고. 그럼에도 한 번쯤 앞만 보며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도 바로 50대 때 해야 할 몫이다.

매경이코노미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과 손잡고 전국 50대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50대, 스스로 바라본 나의 과거와 미래’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배경이다.

삶의 우선순위는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한국의 50대는 대부분 결혼한 지 20년 이상, 자식은 보통 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취업을 앞둔 경우가 많다.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는 50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들이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10명 중 4명 이상(42.3%, 복수응답)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꼽았다. ‘배우자와 함께했던 삶’(38.7%)과 ‘자식 농사’(32.6%)라고 답한 이도 많다. 흥미로운 점은 성별로 만족스러웠던 점이 다르다는 것. 남성은 대체로 ‘배우자와의 삶’(47.4%)이 만족스럽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자식 농사’(39.4%)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건강’(29.4%), ‘종교적 안정과 믿음’(17.4%) 등이 뒤를 잇는다. 8명 중 1명(13.6%)은 만족스러운 점이 ‘없다’고 답해 눈길을 끈다.

만족한 점을 묻는 질문에서 알 수 있듯 50대의 상당수는 배우자 혹은 자식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50대의 부부간 친밀도는 어떨까. 100점에 가까울수록 친밀도가 높다고 가정할 때 평균 점수는 58.7점으로 나타났다. 보통을 웃도는 수준이다. 성별에 따라 친밀도는 다르다. 남성이 생각하는 부부간 친밀도(61.3점)가 여성(56.1점)보다 다소 높다.

자녀와의 관계도 수치로 환산해 조사해봤더니, 평균 65.8점으로 부부간 친밀도 보다 약간 높다. 50대 남녀 중 누가 더 자녀와 가깝다고 생각할까. 여성(69.2점)이 남성(62.3점)보다 자녀와의 관계가 가깝다고 생각한다. 소득이 높을수록 부부간 친밀도나 자녀와의 관계가 좋다고 답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다. 젊은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 50대가 만약 20~30대로 돌아간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10명 중 7명(70.7%, 복수응답)이 ‘철저한 자기 계발(공부 포함)’을 하겠다고 답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이같이 답한 비율이 높았다. ‘여행’(51.1%), ‘다양한 구직활동’(30.1%), ‘자유로운 연애’(24.7%) 등이 그다음이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4.3%에 불과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나이 먹는 속도는 나이와 비례한다고 했던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나이를 이제 많이 먹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한국의 50대는 ‘체력이 이전 대비 많이 떨어졌음을 느낄 때’ 나이가 들었음을 깨닫는다. 3명 중 2명(65.9%)은 이같이 답했다. ‘외모가 노화됐음을 확인할 때’(58%), ‘자식이 많이 성장했음을 볼 때’(36.3%), ‘건강이 악화됐을 때’(26.7%)란 답변이 그다음 순이다. 대체로 남성은 ‘체력’(70.3%), 여성은 ‘외모’(63.4%)를 통해 나이 변화를 느낀다.

50대가 되면 많은 것이 한꺼번에 바뀐다. 자신의 몸부터 시작해서 가족, 직장, 주변 환경 등. 새로운 50년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중요한 것도 많다. 50대가 삶의 우선순위로 꼽는 것은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다. 50대 대부분 (82.9%, 복수응답)의 응답자가 ‘건강’을 택했다. ‘노후 준비’(62.1%)와 ‘경제력 유지’(54.9%)를 꼽는 50대도 많지만 ‘건강’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특히 복수응답이 아닌 1순위만 꼽으라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54.3%)이 건강을 택했다. 전반적으로 여성의 경우 건강(87.1%)과 노후 준비(64%)를 선택한 반면, 남성들은 경제력 유지(58.6%)나 부부관계(24%) 등을 선택한 이도 많았다.

50대 스스로가 살아온 인생을 점수로 표현한다면 몇 점일까. 4명 중 3명(75.6%)은 자신의 인생이 ‘50~80점’이라고 답했다. 평균으로 환산하면 58.9점. 상대적으로 여성의 점수(61.4점)가 남성(56.4점)보다 높다는 게 눈에 띄는 특징이다. 삶의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경제력과 비례했다. 소득이 높을수록 점수(1000만원 이하 41.3점, 1000만~3000만원 53.1점, 3000만~5000만원 55.7점, 5000만~7000만원 62점, 7000만~1억원 64.7점, 1억원 이상 68.3점)가 높았다.

만약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다면 현재와 비슷한 삶을 살려고 할까.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66.1%)고 했다.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8명 중 1명(13.4%)밖에 되지 않는다.


불과 8%만 노후 대비 ‘만족’

▶은퇴 후 계획 없는 50대 상당수

모든 사람들은 고민이 있다. 10대엔 학업과 진학, 20대는 취업, 30대는 결혼과 육아, 40대는 자녀 교육 등이 떠오른다.

50대에게 남은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3명 중 2명(65.1%)은 ‘노후 준비 부족’을 꼽았다. ‘안정적인 경제력 유지’(58%)와 ‘자녀 취업과 결혼에 대한 걱정’(40.6%), ‘건강 유지’(40.4%)를 꼽은 이도 많다. 성별로도 차이가 있다. 남성은 경제, 여성은 상대적으로 자녀와 건강에 대해 걱정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50대는 ‘노후 준비’를 남은 삶의 가장 큰 화두로 꼽았다. 우리 50대는 노후 준비를 얼마나 했을까. 대다수 50대는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만족하지 않는다’(37.9%)거나 ‘매우 만족하지 않는다’(21.3%)는 답변이 주를 이룬다. 3명 중 1명(32.9%)은 ‘보통’이라고 답한 가운데 ‘만족한다’는 답변은 8%에 그친다. 이 중 ‘매우 만족한다’는 0.1%에 불과해 50대 노후 준비 작업이 원활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노후 준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많은 이가 ‘현재 생활비만으로 빠듯하기 때문’(47.3%)이라고 생각한다. 연소득이 낮을수록 이와 같이 답한 사람의 비중이 높았다(1억원 이상 11.1%, 7000만~1억원 29.8%, 5000만~7000만원 46.5%, 3000만~5000만원 55.5%, 1000만~3000만원 65.8%, 1000만원 미만 66.7%). ‘교육비 혹은 결혼 비용 등 자녀에 대한 투자’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28.7%다. 아직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50대는 전체의 6.6%다.

은퇴 후 생활비를 묻는 질문에 대해 대다수 50대(73.3%)는 ‘월 100만~300만원’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42.7%는 ‘월 200만~300만원’, 30.6%는 ‘월 100만~200만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득 수준에 따라 씀씀이는 달라진다. 은퇴 후 월 생활비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높을수록 은퇴 후 생활비도 높게 잡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연소득 1억원 이상의 50대는 월 300만원 이상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절반(53.7%)을 넘어섰다.

노후 준비와 별개로 50대 이후엔 제2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인생 2막을 재취업을 통해 펼칠 수도 있지만, 창업 혹은 귀농·귀촌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노후 준비를 하는 것과 별개로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그럼에도 우리 50대는 너무 여유가 없었다. 은퇴 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 아무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응답자(25%)가 가장 많다. 특히 여성은 10명 중 3명(29.7%)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한국 50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답변이다. ‘귀농·귀촌’(17.7%), ‘새로운 분야에서 재취업’(15.7%), ‘연금이나 금융자산에 의존’(14%) 등이 뒤를 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창업을 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적었다는 점. 국내 자영업자의 현실을 잘 나타내는 결과로 볼 수 있다.


50대가 바라보는 한국 사회

▶경제 양극화·계층 갈등 해결 시급

현재 한국의 50대는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에 해당된다. 이들은 6·25 전쟁 이후 태어나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젊은 시절에는 근대화를 이끌며 한국 산업화의 주역으로 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50대가 바라보는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이 좀 더 발전하기 위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할지에 대해 물었다.

한국의 50대들은 ‘경제 양극화(66.1%, 복수응답)’ 해결을 압도적인 1순위로 꼽는다. ‘부담스러운 거주 비용’(38%), ‘정치적 리더십 부재’(34.7%), ‘과도한 경쟁구조’(34.3%), ‘지나친 교육열’(32.7%),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31.6%) 등의 답변도 골고루 나왔다. 성별로는 답변이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소득이 낮을수록 경제 양극화, 높을수록 시민의식이나 정치적 리더십 부재를 한국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목받는 것은 바로 갈등. 이념, 계층, 지역, 세대 갈등에 최근엔 인터넷을 중심으로 남녀 갈등마저 확산되는 모습이다. 50대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갈등은 무엇일까. 절반이 넘는 응답자(55%)가 ‘계층 갈등’이라고 답했다. 앞에 ‘경제적 양극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답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념 갈등(20.7%), 지역 갈등(12%), 세대 갈등(10.9%)이 뒤를 이었다.

요즘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이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50대도 이민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기회만 된다면 이민도 고려한다’는 사람이 많다. 이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 번쯤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한 사람이 32.1%나 된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기회가 있으면 고려해볼 생각이다’(23%)라는 사람도 많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이는 4명 중 1명(25%)밖에 되지 않는다.

통일에 대해선 50대가 대부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0명 중 6명(59.4%)이 통일이 필요하거나(39.7%), 반드시 필요하다(19.7%)고 생각한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16%에 그쳤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 그는 2007년 출간한 ‘미래의 물결’에서 한국이 2050년이 되면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50대는 자크 아탈리의 생각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다. 앞으로 50년 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54.1%)은 ‘지금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4명 중 1명(25.1%)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해 지금보다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자크 아탈리처럼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2.3%다. ‘각종 악재에 시달려 3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 비율도 5.1%나 된다.

어떻게 조사했나 ‘50대, 스스로 바라본 나의 과거와 미래’는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을 이용해 전국 50대 남녀 700명(남자 350명, 여자 350명)을 대상으로 2016년 3월 15~17일까지 진행됐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24&aid=0000052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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