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 야그(My job story)

한국에서 가치투자 곱빼기로 즐길 수 있다 - 금융플러스 기고

JinGuy 2010. 2. 25. 13:15

 

벤자민 그레이엄, 워렌 버핏, 존 템플턴 등 이른바 가치투자 대가들의 투자철학이나 가치투자의 기본개념과 다양한 가치투자 기법을 소개하는 책들이 많이 팔리고 있지만 실제로 가치투자를 제대로 실행해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그다지 쉽지 않다. 그래서 가치투자는 지식이 아니라 실행의 예술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물론 여기서 다시 가치투자에 대해 어설프게 소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그리스를 필두로 한 소위 남유럽의 PIIGS발 위기와 미국, 중국 등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G2 국가의 출구전략 우려로 인해 전세계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어떤 투자전략이 유효할까 생각해 볼 때이다.

 

저평가된 주식을 싸게 사서 일시적인 시장상황에 흔들림 없이 적정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꾸준히 들고 간다면 이것이 바로 가치투자이다. 이러한 가치투자를 곱빼기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저평가된 국가(또는 섹터)에서 기업가치에 한참 미달한 주식을 산다면 가치투자의 효과를 배가(倍加)시킬 수 있을 것이다. 즉 저평가된 국가나 섹터를 골라 투자하는 것도 일종의 가치투자라고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특정국가의 경우 환율이나 세금 등 추가로 고려할 요소가 많지만 만약 자국 주식시장이 저평가 상태라면 글로벌 관점에서 곱빼기 가치투자를 실행하기가 보다 쉬울 수 있다.

 

그럼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가치투자를 곱빼기로 즐길 수 있나? 국내외 환경변화로 인해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펀더멘털 차원에서 분명히 저평가되어 있는 시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펀더멘털 기준으로 저평가된 국가에서 시장을 사려면 ETF나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면 된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기업이 아니라 싼 시장을 사도 가치투자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적정가치의 평가가 개별기업보다 쉽지 않고 적정가치에 도달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하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절대 저평가 주식을 골라 투자한다면 가치투자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이쯤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가치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한번 점검해 보자. 최근 한국 주식시장은 지난 1월말 이후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와 G2 국가의 출구전략 우려로 불확실성이 커졌다가 다소 안정을 찾아 가는 모습이다.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는 EU의 탄생배경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어 EU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심리적으로나 자금흐름 차원에서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것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국과 한국 자체의 출구전략일 것이다.

 

이미 중국이 금년 들어 두 번에 걸쳐 지준율을 인상한 바 있고 지난 1월말부터는 은행의 대출을 규제하여 인플레이션과 버블 우려를 조기에 잠재우려 하고 있다. 아직 대출금리의 인상까지는 없었지만 생각보다 일찍 출구전략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도 최근 재할인율을 인상했다. 이미 예고된 것이기는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일찍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출구전략이 전세계 주식시장을 망칠 것으로 보는가? 그렇지는 않다.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됨에 따라 실물경제보다 빨리 주식시장이 반등한 것은 사실이나 출구전략은 이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한번은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이다. 오히려 출구전략이 조기에 가시화한다는 것은 당초 예상보다 빨리 경기가 자생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결국 출구전략을 비롯한 외부요인은 자금흐름이나 유동성, 투자심리 등을 통해 일시적인 영향을 줄뿐 궁극적으로는 기업이익, 즉 펀더멘털이 주식시장의 흐름을 결정할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12개월 Forward EPS 기준 PER9~1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기업의 체질개선, 금리수준, 해외 사례 등을 감안할 때 매우 싼 시장이다. 지난 4분기에 예상을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한 기업이 많아 수익예상의 정확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실제로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이익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수익예상이 하향 조정되어 PER 10배 초반까지 올라간다 하더라도 저평가 주장을 훼손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다만 주식시장이 적정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올해 상고하저(上高下低)를 예상했는데 출구전략이 예상보다 빨리 나타날 경우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수정해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좀 길게 볼 경우 한국 주식시장은 적정가치를 향해 우상향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따라서 외부환경에 의한 주가조정은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가치투자의 목표수익률을 더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IBK투자증권 진균 리서치센터장/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