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테크 야그

빅파마가 한국 바이오의 M&A에 관심을 갖는다면.......?

JinGuy 2021. 3. 3. 16:39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2000년 IT 버블 이후 4~5년에 한번씩 바이오붐, 즉 바이오기업 주가의 폭등이 있었다. 특히 실적이 바로 나타나는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보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 중심으로 주가상승 열풍이 매우 강했다. 그럴 때마다 신생 바이오기업도 크게 늘어 비상장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2015년 전후 바이오주의 폭등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 때는 2000년 전후 정부의 생명공학육성정책에 부응하여 수도권과 대전특구를 중심으로 생겨났던 바이오기업들이 바이오붐을 타고 대거 IPO에 성공하여 주식시장에 입성하였다. 살어 있는지 조차도 쉽게 알 수 없었던 바이오기업들이 일단 상장이 되면 수천억원에서 심지어 조단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설립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신약이나 획기적인 바이오제품의 개발에 성공한 사례도 없지만 잘 연명하다 호기를 만나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엄청나게 받는 바이오기업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정말 바이오기업은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망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던 말이 잘 입증된 것이다. 바이오기업은 매출이나 유형자산(담보)이 없기 때문에 돈을 빌릴 수가 없어 빚이 없다. 부도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게다가 개발기간이 오래 걸리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사람이 평가할 수가 없다. 그래서 바이오붐이 불어 자금조달이 용이해 질 때까지 숨 죽여 기다릴 수 있다. 가끔 논문을 써서 학술지에 발표하면서.....그렇게 몇 년 버티다 보면 바이오붐이 불어 자금이 밀물처럼 밀려 들어오고 그 돈으로 다시 인재를 영입하여 개발에 박차를 가하거나 다른 개발과제를 발굴한다. 이것이 설립당시 목표했던 정체성에서 벗어나 변신에 성공한 바이오기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바이오기업과 한국 바이오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M&A와 IPO에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 초기 설립자나 비상장 투자자의 경우 글로벌 빅파마 등의 M&A로 EXIT을 하는 경우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한국 바이오기업은 주식시장 IPO를 통행 EXIT 하는 경우가 거의 대다수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큰 수익을 실현하는 것에는 차별가 없으나 당해 기업의 개발역량이나 개발과제의 가치를 부여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빅파마가 M&A를 하는 목적은 그 기업이 가진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활용하여 신약을 출시하고 그 신약을 팔아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그 기술과 파이프라인의 가치평가에 매우 신중할 수 밖에 없다. 한국 바이오기업의 라이센스 아웃 사례가 증가하고 글로벌 임상 파이프라인도 늘어나는 등 개발역량이 크게 업그레이드된 것은 사실이나 아직 빅파마의 M&A 타겟으로서의 가치는 미흡해 보인다.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나 엔젤투자자들이 초기단계나 Pre-IPO 단계에 투자하면서 투자대상기업의 신약개발 성공을 예상하여 그 과실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들은 IPO 이후 적당한 시기에 수익을 실현할 목적을 가지고 투자한다. 즉 아주 먼 미래에 있을 개발성공 여부는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유통시장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개발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고 개발에 성공해 봐야 시장성이 그 다지 좋을 것 같지 않더라도 수급이 좋을 것으로 판단되는 바이오기업에는 자금이 몰린다. 소위 세력가치(PPR : Price Power Ratio)가 좋은 기업에 돈을 베팅한다. 2000년 이후 바이오붐이 있을 때마다 VC들은 막대한 투자수익을 거뒀고 이런 학습효과로 인해 이런 성향의 투자가 더 가속되고 있다. 실제로 IT나 전통산업에서의 벤처기업들은 단 몇억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도 애를 먹지만, 신약개발 바이오벤처의 경우 시리즈 A 단계에서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상장 전 이미 수백억원 조달은 기본이 된 지 오래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위상은 글로벌 빅파마의 한국 바이오기업 M&A 사례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뚜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라이센스 아웃과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한국 바이오텍의 역량이 많이 업그레이드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국내 주식시장에서만 각광을 받고 일부는 머니게임의 대상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앞으로 의미있는 M&A 사례가 나오고 그것이 줄줄이 이어져 한국 주식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마켓에서도 각광받는 K-BIO가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