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야그(Healthy story)

6조달러 황금시장 `헬스케어 빅뱅(1) (매일경제)

JinGuy 2014. 6. 2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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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위, 암세포 미리 발견 제거
전자피부, 병악화땐 약물 자동 주입
웨어러블 기기, 어디서든 원격 진료
◆ 헬스케어 산업 빅뱅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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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의 유전자를 분석해 20~30년 뒤 질병을 예측한다. 암이나 희귀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가 발견되면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잘라낸다. 사람들은 `전자피부`를 팔이나 등에 붙이고 다닌다.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전자피부에 신호가 오고 약물이 자동으로 주입돼 치료가 이뤄진다.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관련 기술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상용화되고 있다. 입고 다니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맥박 수, 혈압, 혈당 수치 등을 측정하는 스마트 기기는 이미 수없이 많은 제품이 나와 있다.

유전자기술, 줄기세포, 재생의학 등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정보기술(IT)과 의료가 융합되면서 헬스케어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헬스케어 산업은 질병에 걸렸을 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보험 재정이라는 제한된 `파이`를 의사ㆍ약사ㆍ제약사 등이 나눠 먹는 제로섬 게임이었다. 이제는 △예방의학 △맞춤치료 △홈케어(U-헬스) 등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높았던 산업 장벽과 국경이라는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3D 프린팅` 출현은 의료기기ㆍ인공 장기 등의 맞춤 제작을 가능하게 한다. 초고속 통신망을 통한 원격 진료와 의료관광의 활성화로 헬스케어 산업은 내수시장이라는 한계를 넘어 글로벌 진출을 가능하게 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함께 IT 기업들의 헬스케어 시장 진입도 빨라지고 있다. 의료기기 업체 경쟁사는 이미 구글ㆍ애플 등 IT업체가 되고 있다.

20세기가 IT 시대라면 21세기는 헬스케어가 국가의 새로운 성장을 이끄는 산업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은 2012년 바이오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국가 바이오경제 청사진`을 발표했고 일본은 `메디컬엑셀런스재팬(MEJ)`을 설립해 외국인 환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중국도 지난해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중심이 돼 보건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정기택 보건산업진흥원장은 "제한된 파이를 나눠 먹는 소모적인 의료 시스템에서 예방ㆍ맞춤형 진료와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 파이 크기를 키워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박상근 병원협회 회장은 "헬스케어 산업은 의료서비스, 제약, 의료기기, IT, 관광까지 총망라돼 있어 잭팟을 터트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플런켓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6조1500억달러(2013년 기준)에 달한다. 우리나라 의료 시장은 97조1000억원(약 950억달러)으로 세계 시장의 1.5%에 불과하다.

[박기효 기자 /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기사입력 2014.06.23 17:37:23| 최종수정2014.06.23 21:54:19

 

3D프린터로 장기 만들고 생체신호 전송…치료개념 바뀐다

센서기술 발달…눈물로 혈당 체크 열 감지 약물투입
작년 13억弗이던 웨어러블 시장 2020년 200억弗

◆ 헬스케어 산업 빅뱅 ① / 달라지는 헬스케어 패러다임 ◆

지난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는 `스카우트(Scout)`라는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가 화제였다. 미국 벤처기업 스캐나두가 개발한 이 기기를 이마에 10초 정도 대고 있으면 체온, 심박수, 혈압, 혈중산소농도 등 15가지 항목에 대한 생체신호가 측정되고 관련 데이터는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1960년대 공상과학(SF) 영화인 스타트렉에는 휴대용 의료진단 기기인 `트라이코더`를 통해 환자 병명과 치료법을 알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스카우트의 등장은 영화 속 공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웨어러블 기기` `줄기세포` `유전체 맞춤의학` 등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고 관련 시장도 급증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기술(BT) 간 융합으로 생긴 웨어러블 기기는 진단 후 치료와 같은 기존 소모적인 의료시스템을 예방ㆍ맞춤형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몸에 부착하거나 의복에 부착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심박수나 혈압 등 생체신호를 체크함으로써 일상생활 속에서 자동으로 데이터를 생성한다. 정기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비용 문제가 불거지던 기존 헬스케어 산업이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융합함으로써 예방ㆍ맞춤형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는 헬스케어 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본격 등장한 웨어러블 기기 열풍은 IT기업에 헬스케어 시장 진입을 재촉하며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주니퍼리서치에 따르면 `헬스` 기능이 접목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지난해 13억달러에서 2016년 60억달러, 2020년께 200억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IT업계에서는 스마트 기기가 전문 의료 기기로 변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월 구글은 구글글라스 뒤를 잇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눈물 성분으로 포도당 수치를 판독해 당뇨 환자가 간편하게 혈당을 측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애플 역시 생체신호 측정과 원격진료가 가능한 `아이워치(iWatch)`를 선보일 예정이다.

웨어러블 기기 발달로 시작된 헬스케어 시장이 `스마트 스킨`과 연계되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의 김대형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마치 `니코틴 패치`처럼 파킨슨병 환자 피부에 붙이면 필요할 때마다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이 전자피부에는 근육 감지 센서와 열을 발생시키는 센서, 약물이 들어 있는 지름 40~50㎚(나노미터ㆍ1㎚는 10억분의 1m) 입자가 함께 들어 있다.

파킨슨병 환자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일 때 센서가 이를 감지하면 40도 정도 열이 발생한다. 이 열에 나노입자가 녹으면서 안에 있던 약물이 피부로 스며든다.

존 로저스 미국 일리노이공대 재료공학과 교수와 김정훈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연구원 공동 연구진은 지난 3월 상용화가 가능한 스마트 스킨을 개발해 학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정훈 연구원은 "생체신호를 측정하기 위해 복잡한 선을 신체에 붙이지 않아도 심박수, 체온 등을 측정해 무선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ㆍ줄기세포 기술 발달은 환자맞춤형 치료를 앞당긴다. 인간 지놈 프로젝트 성공으로 30억개에 달하는 인간 유전자 염기서열 해독이 끝난 지 10여 년 만에 단 수십 분 만에 개개인 유전자를 해독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올해 초 영국 바이오기업인 옥스퍼드 나노포어 테크놀로지는 USB처럼 컴퓨터에 연결할 수 있는 DNA 분석 기기를 선보였다.

개인 DNA를 분석하고 나면 원하지 않는 염기를 잘라낼 수도 있게 됐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발달한 덕분이다. 만약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서열을 안다면, 암이 발병하기 전에 미리 잘라낼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에이즈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단백질인 `CCR5`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환자 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들면 면역 반응이 없는 신체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아직 심장이나 간 같은 완벽한 기능을 갖고 있는 장기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최근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한 연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용 제품에만 사용되던 3D 프린터도 최근 인공장기, 조직 등을 만드는 데 활용되면서 헬스케어 산업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미 3D 프린터로 혈관, 근육과 같이 모양이 단순한 기관을 만드는 것은 가능해졌다. 이제 인공심장, 폐, 간과 같이 골격을 갖고 있는 복잡한 형상의 장기만 남았다. 이미 미국 웨이크포레스트그룹 재생의학연구소는 3D 프린터를 활용한 인공심장을 만들어 실험실 환경에서 작동하는 것까지 성공한 상태다. 3D 프린터가 헬스케어 산업에서 활용되면 맞춤형 장기 시대가 성큼 다가오게 된다.

유회준 KAIST 전기ㆍ전자공학부 교수는 "ICT와 빅데이터, 모바일, 클라우딩 컴퓨터 기술을 비롯해 줄기세포ㆍ유전자 기술이 헬스케어 산업과 결합되면 관련 시장 패러다임이 변하게 된다"며 "이미 일상생활 곳곳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이미 헬스케어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규제를 정비하면서 뛰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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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기자 / 원호섭 기자]

 

GE·지멘스 이어 애플·구글·삼성…양보없는 헬스戰

의료가 차세대 먹을거리로 떠오르면서 최근 들어 글로벌 기업들이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주로 의료와 융합이 가능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IT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삼성,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헬스케어 기능이 포함된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애플은 혈압과 심박수를 측정하는 앱을 개발하고 올가을 선보일 애플 새 운영체제 `iOS8`에 포함된 `헬스키트(HealthKit)`를 내놓을 예정이다.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 동의를 얻어 건강 관련 정보를 접속할 수 있다.

구글도 헬스케어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구글은 지난해 헬스케어와 웰빙을 아우르는 칼리코(Calico)라는 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새로운 헬스 서비스 `구글핏(Google Fit)`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핏은 운동량 측정기기와 헬스 관련 앱이 확보한 데이터를 수집해 정보를 통합한다.

인텔은 80대 노인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IBM은 모바일 환경에서 건강진단이 가능한 솔루션을 발표한 바 있다. 노키아는 휴대폰을 활용한 비만ㆍ운동 관리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기기 시장 맹주는 미국 GE헬스케어, 독일 지멘스, 네덜란드 필립스 등이었다. 이들 기업은 원래 삼성이나 LG그룹처럼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전기ㆍ전자회사였지만 지금은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PET 등 첨단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해 총매출액 중 17~18%를 헬스케어에서 올리고 있다. GE헬스케어는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 1050억달러 중 헬스케어에서 180억달러(17%)를, 지멘스는 총 735억유로 중 136억유로(18%)를 헬스케어 분야에서 올렸다.

GE헬스케어는 1970년대 유방암진단 회전형 CT, 1980년대 중반 MR를 개발해 세계 암정복에 기여했다.

지멘스는 1895년 뢴트겐이 최초로 X레이를 발견한 이듬해 X레이 튜브 특허권을 획득하면서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GE헬스케어는 의료영상, 소프트웨어ㆍIT, 환자 모니터링과 진단에서부터 의약품 개발, 바이오 약품 제조 기술, 성과 개선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업보다 늦었지만 삼성그룹이 2011년 초음파 진단기기 전문회사인 메디슨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월 이동형 CT 장비회사인 미국 뉴로로지카(Neurologica)를 인수했다.

지난해 12월 북미영상의학회(RSNA)에서 허만 레카르트 지멘스 헬스케어 총괄회장은 "삼성이 전기전자와 반도체에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년 내에 신제품을 들고 나올 것"이라며 삼성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일본 올림푸스는 소화기 내시경 분야 세계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카메라 회사들이 사진에 집착한 제품을 만드는 동안 올림푸스는 헬스케어 분야로 눈을 돌려 의료기기 회사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세계 각국은 헬스케어 산업을 놓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원격진료를 놓고 `영리` 논쟁을 하며 뒷걸음질치는 동안 각국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제2의 경제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신흥국가의 소득 향상과 그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 개인 맞춤형 의약품 발달로 의료산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막강한 권한이 있는 국무원(한국의 총리실 해당)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의료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의료개혁을 과감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항저우에서 열린 건강관리포럼에서 연웨이 중국발전개혁위원회 사회부문 부위원장이 결연한 의지로 `의료를 중국의 차세대 먹거리`라고 확언했다. 그는 "중국 의료비 지출은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5.4%, 1인당 2000위안(약 33만원)에 불과하지만 2020년 건강서비스업이 8조위안(약 132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플렁킷리서치는 세계 의료(헬스케어) 시장 규모를 6조1500억달러(2013년 기준)로 집계했다. 전 세계 GDP의 약 8.2%에 해당한다. 이는 IT산업 시장 규모(약 3조6000억달러)보다 1.6배 크다. 우리나라 국민이 1년 내내 벌어들인 소득(GDP 1조2218억달러)보다 5배 이상 크다.

세계 의약품 시장은 1조달러, 의료기기 시장은 3100억달러로 급성장했다. 우리나라 의료 시장은 97조1000억원(GDP 대비 7.6%ㆍ2012년 기준)으로 지난해 말 달러가치(달러당 1055원)로 환산하면 약 950억달러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세계 의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라는 얘기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각각 15조5968억원(약 150억달러), 4조2242억원(약 40억달러)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은 각각 1.5%, 1.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의료 시장은 2020년 올해보다 1.5배 늘어난 150조원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치가 나와 있지만 다른 나라의 성장 속도에 비하면 제자리걸음이다. 중국은 2020년 8조위안으로 올해 시장 규모 1조2500억위안보다 6.5배, 미국은 2013년 2조9000억달러에서 2016년 3조4000억달러, 2020년 4조50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 회장(전 인제대 백중앙의료원장)은 "세계 헬스케어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을 지금보다 1%포인트만 늘려도 100조원 가까운 국부를 창출할 수 있다"며 "정부와 병원계,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보건의료정책을 시대 흐름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美환자 치료영상, 印병원서 판독…의료서비스 국경 사라져

싱가포르 `파크웨이` 말聯 증시서 자본 조달 10개국에 37개 병원
韓의료계 영리논쟁에 발목잡혀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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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대 안과병원인 `아라빈드(Aravind)`는 24시간 일한다. 주간 의료진이 퇴근하면 야간 의료진이 출근해 미국 병원과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한 해 310만명을 진료하고 37만명을 수술하는 아라빈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보기 때문에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 안과병원 및 연구소들의 용역이 쏟아진다. 인도는 미국과 시차가 11~13시간이기 때문에 이 병원은 밤을 새워 일해야 한다. 의료진 상당수가 영어와 정보기술(IT) 활용도가 뛰어나지만 비용이 저렴해 일감이 넘쳐난다. 일부 미국 안과병원은 아라빈드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에게 영상 판독을 의뢰하기도 한다. 인도 영상 판독 비용이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파크웨이 헬스케어(Parkway Healthcare)그룹은 홍콩, 베트남, 아랍에미리트(UAE) 등 10개국에 37개 병원을 소유하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해 20억달러(약 2조450억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10대 의료기관이다. 2012년 7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해 여기서 조달한 자본을 앞세워 중ㆍ동유럽, 북아프리카, 미국 의료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파크웨이 헬스케어그룹은 지난해 한국 정부가 세종시 유치를 시도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의료도 국경을 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글로벌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표정호 순천향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의료 분야도 국내시장에만 안주해서는 생존 자체가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며 "국내 병원이 글로벌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와 고난도 의술이 담보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료산업화를 보면 아시아는 싱가포르가 앞서가고 우리보다 늦게 시작한 중국이 매우 적극적이다.

중국 국무원은 고령화사회로 건강에 관심이 높고 내수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건강서비스업 대혁신을 발표했다. 의료혁신안에는 민간병원 육성을 골자로 기업의 의료서비스산업 투자 유도, 중외 합자를 통한 의료산업 진출 조건 완화, 해외자본의 단독 투자 의료기관 설립 확대, 민간 건강보험 상품의 다양화 유도, 의료보건 해외 고급 인력 귀국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 상하이는 엄청난 내수시장의 구매력과 싱가포르ㆍ대만의 범중국계 거대 의료자본, 우수한 인력을 앞세워 아시아 의료허브로 급성장하고 있다. 상하이는 글로벌 1~3위 제약사들이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독일 지멘스를 비롯한 의료기기회사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하면서 국제적인 바이오 메디컬 연구중심단지로 부상하고 있다. 또 상하이 훙차오공항과 푸둥공항 주변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의료특구`를 조성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까지 수익 1조엔과 고용 5만명을 창출하겠다며 의료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도쿄는 의료특구로 지정해 외국인 의사의 진료 행위를 허용하는 의료산업화를 위한 규제개혁에 나섰다.

미국은 2011년 첫 베이비붐 세대가 65세로 접어들어 2030년 고령인구가 78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한국산 의약품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가파른 인구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연평균 5.8%씩 성장해 지난해 2조9000억달러에서 2020년 4조5000억달러로 약 1.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인구가 늘면 당연히 만성질환이 늘고 의료비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은 3명 중 1명이 심장질환, 암, 뇌졸중으로 숨지고 이들 3대 질환이 전체 의료비의 25%를 잡아먹는다. 의료비 지출은 정부와 국민, 기업 부담으로 이어져 제네릭 의약품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은 세계 곳곳에서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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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제약,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부문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을 추격하는 후발주자지만 최고 인재들이 의료계에 몰려드는 현실을 감안하면 글로벌 수준으로 얼마든지 도약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한원곤 대한병원협회 기획위원장(전 강북삼성서울병원장)은 "60년대 화학ㆍ섬유ㆍ조선해양공학과, 70년대 기계ㆍ건축공학과, 80년대 전자공학과, 90년대 컴퓨터공학과, 2000년대 이후 의예과에 인재가 몰렸다"며 "전자공학 인재들이 우리나라 전자 부문을 세계 최고로 만들었듯이 의료계 인재들이 세계 산업계의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의술은 동남아시아, 중동,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인정받고 있다. 의료 사각지대가 많은 이들 지역은 우리나라에 병원 신축 및 운영을 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남미 페루도 지난해 한국산 무기를 구입하는 조건으로 한국과 같은 암병원을 지어달라는 요청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싱가포르 파크웨이 헬스케어그룹이나 인도 포티스헬스케어처럼 한국 의료를 수출하려면 무엇보다 `영리`나 `산업화` 논쟁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일부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사람은 의료산업화를 주장하면 마치 영리를 추구하는 사악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이기를 포기한다고 비난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1일 병원의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지만 보건의료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보건의료 분야를 영리자본의 투자처로 만들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돈벌이 대상으로 만들고, 의료 왜곡을 초래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 <용어설명>

▷ 원격의료 : 컴퓨터ㆍ영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의사가 환자를 대상으로 진찰ㆍ처방 등을 하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는 원격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 홈케어 : 환자가 병원을 직접 찾아가서 진료를 받는 개념과 대비되는 용어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가정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개념이다.

▷ 웨어러블 기기 :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무선으로 연동해 사용하는 안경이나 손목 시계, 밴드형 기기를 일컫는 말이다. 소형화ㆍ경량화를 비롯해 음성ㆍ동작 인식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

▷ 유전자 가위 : 사람 DNA를 구성하고 있는 염기서열을 자를 수 있는 기술이다. 염기가 단백질로 발현되기 전에 제거함으로써 발병을 막을 수 있다.

▷ 헬스케어 산업 : 기존 의료서비스가 질병에 대한 치료 개념에 국한됐다면 헬스케어 산업은 질병 예방을 포함한 전반적인 건강관리 사업까지 일컫는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