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point] 투자자 울리는 엉터리 애널리스트 (매일경제)
GS건설 탓에 시장이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예상치 못한 어닝쇼크에 GS건설은 이틀 연속 하한가로 추락했다. GS건설처럼 해외수주로 돈을 벌어온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같은 `수주형 산업` 주가는 동반 된서리를 맞고 있다.
시장은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북한 김정은보다 더 악재"라는 말까지 나온다. 북한 리스크는 위기만 지나면 반등하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이건 펀더멘털에 관한 문제다. 증권가에선 "북한 리스크가 지나고 나면 시장은 다시 펀더멘털을 찾아갈 것"이라며 투자자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그 펀더멘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멘붕`에 빠진 투자자들은 너나없이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 이틀 새 30% 넘게 빠졌지만 사는 사람이 없어 팔기도 여의치 않다. 애널리스트들은 "회사를 믿을 수 없게 됐다"며 목표주가를 일시에 거의 반토막을 냈다. 투자자는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
투자자를 악몽에 빠뜨린 1차적인 책임은 회사다. 그동안 `수주`라는 호재만 내놓고 악재는 숨겨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실적 발표 후 마치 나도 피해자라는 듯 회사를 질타하기 바쁜 애널리스트들의 책임론이 만만치 않다. 약 5300억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하기 전날까지 애널리스트들은 GS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을 520억원(컨센서스 기준)으로 내다봤다. 누구도 손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목표주가는 약 6만5000원이었다. 부랴부랴 목표주가를 3만원대 중후반으로 내리고 있지만 주가는 이미 3만5700원까지 폭락했다. 전형적인 뒷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회사에서 제대로 얘기하지 않으니 알 길이 없지 않으냐"고 억울해한다. 그러나 이는 기자가 "나는 회사가 보도자료를 주면 쓰지, 취재할 능력은 없다"고 고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회사가 말하지 않으면 경쟁사를 취재하면 된다. 만일 이런 리스크를 감지했다면 `단기 악화, 장기 개선`이라는 알쏭달쏭한 전망이 아니라 목표주가를 크게 낮추든, 매수를 매도로 바꾸든 무언가 투자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로 얘길 해줬어야 옳다.
수습기자도 알 만한 이런 스킬을 여의도의 똑똑한 애널리스트들이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능력보다는 치열한 비판정신이 실종된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는 애널리스트엔 자료조차 주지 않으려는 상장사의 윽박지름과 `매도(비중축소)`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기를 꺼려하는 애널리스트 간의 적당한 타협의 산물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지금은 "나도 피해자"를 외치기 전에 어닝 쇼크가 나왔던 10일 이전의 분석 보고서를 곱씹어보고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할 기회가 정말 없었는지 되돌아볼 때다.
[증권부 = 황형규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