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형사 리서치센터장의 단상
빈 책상만 덩그러니 놓여 있던 신생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으로 부임하여 인력을 채용하고 시스템을 구축하여 영업지원에 나선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그런데 그 동안 항상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괴롭히는 숙제가 있다. 중소형 증권사 리서치센터로서 법인영업본부와 함께 반드시 풀어야 하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이다. 묘안을 찾지 못한다면 영원히 해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바로 중대형 자산운용사, 특히 거래 증권사를 소수(10개 내외)로 제한하는 자산운용사의 거래증권사로 선정되는 일이다. 최근에는 거래증권사 수를 줄이는 자산운용사가 증가하고 있어 이런 고민이 더욱 늘었다. 이들 자산운용사의 거래증권사로 선정되지 않고서는 법인영업본부가 제대로 이익을 낼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안타깝게도 일부 대형 운용사의 경우 설립 이후 지금까지 계속 서비스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투자를 늘려 우수한 애널리스트를 확보하는 것이지만 중소형 증권사로서는 한계가 있다. 그럼 차선의 방법으로는 현재 인력의 가동률과 효율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선택하고 집중하는 전략이다. 전체를 대상으로 영업할 경우 약간씩 미달하여 영업성과가 '0'이 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3~5개 기관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영업전략이지만 증권사와 운용사가 윈윈할 수 있는 최선은 아닌 것이다. 선택과 집중 대상에서 제외되는 자산운용사의 경우 질 좋은 리서치를 놓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중소형 리서치센터도 양적으로는 대형사에 못 미치지만 좋은 애널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훌륭한 리서치 결과도 드물지 않게 내고 있다.
이런 리스크를 피하고 서로 좋은 성과를 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바로 자산운용사가 거래증권사를 선정할 때 이전 평가에서 탈락한 증권사에 한해 누적 서비스 점수를 가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분기 단위로 거래증권사를 선정할 때 지속적으로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거래증권사 선정에서 탈락한 증권사의 전분기 이전 점수를 이번 분기 선정에서 합산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리서치센터 입장에서는 당장 거래증권사 선정에서 탈락하더라도 다음 선정에서 그 점수가 반영되기 때문에 낭비라는 생각없이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고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모든 증권사로부터 지속적으로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를 도입한다면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손(損)보다 득(得)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최근 가장 중요한 사회경제적 이슈인 동반성장과 공정사회 관점에도 부합하는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