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 우려되는 애널리스트 빼가기… 중소형사 대상 연봉도 최고 5∼6억
중형 증권사의 리서치센터를 총괄하는 A센터장은 3일 “요즘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대형사들이 중소형사 애널리스트들에게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A센터장은 “회사 간판으로 공들여 키운 후배에게까지 제안이 왔다”며 “예전에는 인력 양성 역할을 하던 대형사가 요즘은 블랙홀처럼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최근 중소형사 리서치센터에는 애널리스트 보호령이 떨어진 상태다. 애널리스트는 산업동향 등 각종 경제 정보를 수집·분석해 투자자들에게 투자 방향을 제시하는 직업이다. 평균 연봉은 1억∼2억원 정도지만 대형사의 경우 5억∼6억원대에 이르기도 한다.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던 한 대형사의 리서치센터장이 최근 교체되면서 애널리스트 스카우트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중소형사들은 스카우트 관행이 결국 투자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도 새로운 분야를 발굴해 다양한 보고서를 쓰기보다 대형사의 ‘간택’에만 열을 올린다는 것이다. 부장급의 한 중견 애널리스트는 “요즘 애널리스트들은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언론사의 평가만 신경쓴다”며 “눈길을 끄는 제목과 문장보다는 자신만의 영역 개발·소신이 더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덜한 코스닥 분야는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가 무성의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코스닥 상장사를 분석한 증권사 보고서 1036개 중 421개(40.6%)에는 투자의견이 ‘평가하지 않음’으로 제시돼 있었다.
대형사의 리서치 어시스턴트(보조 연구원·Research Assistant) 적체현상 역시 스카우트 관행의 부작용 중 하나다. RA는 정식 애널리스트가 되기 전 거치는 일종의 수습 과정이다. 대형사는 애널리스트의 빈자리를 RA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중소형사의 스타 애널리스트를 데려오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RA 적체가 계속되자 업계에서는 “RA 전문직군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웃지 못 할 농담이 퍼지고 있다.
올해부터 금융투자협회가 애널리스트 자격제를 도입, IT·자동차 등 현업 경력을 쌓은 인력을 애널리스트로 키우는 일이 불가능해진 것도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형 리서치센터의 고충이다. A센터장은 “무리한 영입 경쟁으로 오른 몸값 부담은 결국 대형사에도 부메랑이 될 것”이라며 “눈앞의 이익보다는 투자자와의 신뢰를 중시하는 애널리스트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1.07.03 19:13 국민일보 이경원 기자